빈집과 GPL

조회 수 2813 추천 수 0 2010.05.26 03:49:47

예전에 대충 써봤다가 너무 거친 것 같아서 냅뒀는데...

언제 안 거칠어질지 몰라서 일단 그냥 공개로 전환...

거친 건 내 책임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알아서 둥글게 읽어주시면 고맙겠고...

그래도 조금쯤은 재밌었으면...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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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공유는 항상 사유화화는 힘에 의해 흔들리기 마련이다.

 

당연하게도 가장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은,

"네 것은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타인이 공유한 것은 최대한 취하되, 내가 사유한 것은 공유하지 않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이 당연하다고 말한 것은... 굳이 그 사람이 악하거나... 그 사람이 의도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을 택한 사람이 악하다는 데 있지 않다.

악하다 한들, 현실적인 이익이 있고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면 굳이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남들도 모두 이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더욱 더 그렇다.

 

진정한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전략을 갖고 있다면...

모두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의 결과는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다.

공유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사유화의 경쟁만 남아서,  모두가 피로하고 궁핍한 사회.

 

이 상황에서 아무리 선한 행동이라 한들, 자기 것을 공유하는 것은 미친 일이다.

물론 자선이나 기부 등의 행위는 존경받기도 하지만,

자기가 가진 것의 전부를 자선이나 기부해서 스스로 가난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우는 냉정히 말해 충분히 많이 가진 자가 잉여분을 과시용(보는 사람이 자신 뿐일지라도)으로 소비하는 것일 뿐,

자기 것,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것은 확실히 붙들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타협 전략이 가능하다.  

"너가 가진 것을 내놓으면, 내가 가진 것도 내놓겠다."는 자세다.

하지만 서로 간의 신뢰가 없고,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대 타협은 이뤄지기 어렵다.

이러한 자세로는 사실상 공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이러한 자세가 또다른 사유화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그것으로 끝이다.

 

 내가 가진 것을 공유할 때, 남이 가진 것 역시 공유해야 한다고 확실히 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걸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획득하고 감시와 처벌을 해야 하는데,

그래서 권력을 획득하거나 교체하려는 노력은 항상 이뤄지는 것이지만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가능한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내놓겠다. (너가 가진 것도 내놓아라.)" 하는 무조건적인 공유의 전략이다.

이러한 자세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무소유의 경지' 따위는 결코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 갖는 자세가 일반적으로 이렇다.

사람들이 악하기 때문에 사유화의 전략을 따르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러한 전략도 마냥 선한 것은 아니다.

괄호 안의 의도가 전혀 없을 수도 있고, 있지만 표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쨌든 이것으로서 일차적으로 공유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성인의 경우는 괄호 안의 의도가 젼혀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의도는 알 수 없는 것이고, 그 의도가 조금이라도 드러나서 크게 명예가 훼손될 가능성도 항상 있다.

명예가 의도라면 의도일 수는 있다.

 

기업은 명시적으로 서비스에 합당한 가격을 요구하는데...

적정 이윤 혹은 최소 이윤만을 추구하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공유와 무관한 일이고...


종교적인 방식은... 중간쯤인데...

종교인(신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은 신에게 받은 무한한 사랑에 대한 보답을 어떤 방식으로든 요구한지만,

그것이 명시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신에 대한 보답은 일차적으로 종교인에게 갈 수밖에 없고...  

신의 사랑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 종교인이나 신도가 되기도 하지만 그건 이미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Hospitality Club, Couch surfing, Warmshowers network, WAYN 등의 환대의 네트워크는 분명하게 명시하는 편이다.

말하자면 "내 집에서 재워줄게, 너도 재워줘"라는 식이다.

내가 재워 준 사람이 실제로 다른 사람을 재워줄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여행가는 그 도시에서 단 한 명만 호의를 베풀면 되기 때문에 성립이 가능하다.

 

GPL 역시 이러한 공유의 방법과 조건을 명시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GNU 일반 공중 허가서 (General Public License, GNU GPL 또는 GPL)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다섯 가지 의무]

 

GNU 일반 공중 사용 허가서는 누구에게나 다음의 다섯 가지의 의무를 저작권의 한 부분으로서 강제한다.

 

1. 컴퓨터 프로그램을 어떠한 목적으로든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법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
2. 컴퓨터 프로그램의 실행 복사본은 언제나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와 함께 판매하거나 소스코드를 무료로 배포해야 한다.
3. 컴퓨터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용도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4. 변경된 컴퓨터 프로그램 역시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반드시 공개 배포해야 한다.
5. 변경된 컴퓨터 프로그램 역시 반드시 똑같은 라이선스를 취해야 한다. 즉 GPL 라이선스를 적용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5번이다.

"내가 공유한 것을 누렸으면, 당신이 가진 것도 공유하시오."

뒤이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센스(Creative Commons License, CCL)도 같은 방식이다.

(CCL의 한국판, 정보공유 라이선스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명시적인 내용을 찾지 못했다.)

 

동일조건변경허락

저작물을 이용한 2차적 저작물의 작성을 허용하되 그 2차적 저작물에 대하여는 원저작물과 동일한 내용의 라이선스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저작자표시-비영리 조건이 붙은 원저작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한 경우 그 2차적 저작물도 역시 저작자표시-비영리 조건을 붙여 이용허락 하여야 합니다. 
http://www.creativecommons.or.kr/info/about  

 

이런 전략은 단지 상대방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말고는 아무런 권력도 가지지 못한다.  

상대방이 진정 자신의 것도 공유하는 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도 없고 강제할 수도 없다.

하지만 도덕적인 의무를 지울 수 있고, 어쩌다가 사유했다는 증거가 드러났을 때 비판할 수 있는 근거는 된다.

 

그렇다면 빈집은??

빈집이 요구하는 것은  '2000원 이상'이다.

단순해 보이는데 이게 아주 묘한 것이다.

 

2000원은 가격이 아니다. 가격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싸기 때문이다.

2000원 짜리 숙박시설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까지 쿨하게 생각할 위인은 흔치 않다.

어쨌든 일단 2000원만 내면 안도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초점은 '이상'에 맞춰지기 마련이다.

알아서 돈을 더 내거나, 먹을 것 마실 것을 사 오거나, 일을 더 하거나, 자기 집에 초대하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이에 대해서 칭찬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게 느끼기 마련이다.

반대로... 돈이 많은 것 같은데 돈을 더 내지 않는 다거나, 시간이 많은 것 같은데 일을 더 하지 않는 경우...

이에 대해서 강제할 수는 없지만... 뒤에서 억울해하거나 비난하는 것도 항상 발생하는 일이다.

 

한편... '이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가르쳐 주면 된다. 그것을 그 사람이 힘껏 할 지 말 지는 모르지만... 그건 상대를 믿는 수 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빈집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세상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도 공유하는 사람의 덕목일 것이다.

공유하고 가르치고... 그 다음은 상대를 믿으면 된다.  믿음은 기적을 부른다.

 

얘기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졌는데...

암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GPL 처럼 공유된 빈집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줄 얘기들을 정리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

 

예를 들면 이렇게?

 

 

게스츠하우스 빈집은 손님들의 집.

집 떠난 사람들의 집.

손님이 주인이 되고, 주인이 손님이 되는 집.

 

빈집 문을 여세요.

당신의 집 문을 여는 것처럼.

 

당신의 집 문을 여세요.

빈집 문을 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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