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마을 유감

조회 수 1997 추천 수 1 2015.09.30 12:53:30

사실 제가 지금 현재 빈마을에 대해 가장 유감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소극적이지만 의도된 (그것이 선의라고 믿고 있지만 말입니다) 침묵입니다. 그 침묵의 과정은 참 길었습니다. 사건이 이토록 오랜 시간을 끌었던 것 자체가 그것이었죠. 그냥 여러 가지 이유로 사건의 개요가 드러나기 보다는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침묵은 다른 절차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마을에서 그 문제를 주도해 나가는 상당수 친구들의 방향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향성은 적어도 a가 이 마을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은 곤란하다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지는 않았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빈마을의 자치, 공유, 환대의 정신에 맞는 것이다. (혹은 다른 일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맞는 일이다?) 저는 이 의견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합당한 근거나 토론이 있었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고 다수의 의견이라면 회의석상에서도 따르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의견 역시도 근거를 들어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같이 사는 것이 이러 저러한 이유에서 곤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공론과정에서 최소한의 기본은 지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지를 실현시키는 방법으로서의 대충 넘어가기 (결국은 문제가 불거졌죠) 말해져야 하는 내용의 의도적 생략은 그 기본을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생략된 것은 제가 아래글에서 밝힌 사건의 개요였고 이건 회의 석상, 공론화의 과정에서 공유하기로 합의한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그것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공개를 하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적혀지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그 개요가 다른 판단을 하는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했음에도 그렇습니다. 그 부분을 듣고 듣지 않고에 따라 판단이 갈리는 친구들도 보았다는 이야기도 반복해서 전달했습니다. 나중에 다른 경로를 통해 회의록에서 사건개요가 누락된 것에 대해 회의체에 항의를 했을 때 그 문자 세부 내용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리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합의를 한 내용이고 문제를 느낀다면 저에게 리플을 올리라고 했습니다. 합의를 한 내용인데 결국은 저의 입으로 말하게 한 것이죠. 당연히 공유되어야 할 내용이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상당수의 친구들은 해야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저에게 미룬 것이지요. 저는 그 사건 개요에 대한 누락은 단순한 중요도에 대한 판단미스가 아니라 회의체의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그 사건에 대한 잠정적 방향성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아주 노골적인 차원은 아니더라도 그 부분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은 확실하고, 소극적이지만 정보의 조절을 통해서 자신들의 의지를 이루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사건이 공론화 되는 과정에서 그런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무척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다소는 선의라고 생각합니다. 회의 석상에서 밝힐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다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는 당시 그렇다면 저는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대신 판단해 달라고. 그리고 그 일의 성격이 ba를 정신적으로 완전히 조정할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무엇인가? 라고 물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한 사람의 마음의 마음의 마음의 근거를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지나치게 주관적이며 그것을 근본적으로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범죄자조차도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실천적 차원에서는 그렇다면 일어난 일에 기초적으로 근거해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밝힌 대로 ab에게 그러한 문자를 보내고 자살시도를 했다는 것이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제가 사건 개요를 밝히는 일이 사건의 가리워진 부분을 고려해보면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면 사건개요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그럼에도 그 사건개요를 공유하기로 합의를 그 자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정말 사건개요의 부분적인 공개만으로 알 수 없는 치명적인 어떤 진실이 숨어있다면 그걸 공유하도록 합의하는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해야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사건 개요가 이야기되어지는 것이 결코 어떤 특정 결론을 내리는 것도 아닙니다. 판단의 근거를 주는 것일 뿐이죠.


저는 그때 그 숨겨진 사건은 ba에 직접적인 행동으로 옮기게 만든(자살시도 사건이 일어나도록) 그 무엇의 사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 이전의 어떤 다른 사건들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아마 b와 관련된 다른 어떤 사건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였습니다. 밝힐 수 없는 사건이라면 굳이 그 사건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회의에서 이야기 했듯 굳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의 성격이 그러해 보인다고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정황상.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그 사건의 책임을 a에게만 물을 수 없다라는 (그래서 a가 마을에 살지 않도록 하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곤란하다) 여러분들의 잠정적인 생각이 있더라도, 기본은 사건 개요에서 출발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는 것입니다. (당시 회의 석상에서도 제가 구술한 사건 개요에 대해서는 감정 섞이지 않은 차가운 사실 이라고 인정되었습니다) 아무리 여러분들의 의도가 훌륭하고 그게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더 정의롭게 느껴지더라도 사실 관계에서 출발하지 않는 판단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게 진실이 아니라면 다른 사실 관계나 자신의 의견을 추가하셔야죠. 물론 그 사실관계는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야겠지요. 이런 식으로 소극적이지만 의도적으로 당연한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것을 미루거나, 적으려 하지 않거나 중요치 않은 것처럼 치부하는 것 그건 단지 사건 관계일 뿐이야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공정하지 않은 일입니다. 일방적으로 한 의견의 핵심을 조용히 거세해 버리는 것이지요. 목적을 위해서 정보를 조절해 버리는 것이지요. 저는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가려야 하는 정말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가리도록 설득을 하든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조차도 정당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평화의 어떤 사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든 b 역시도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각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고 어떤 평화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문제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절차적으로 차별/배제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설사 불편할 결론 / 정의롭지 못한 결론에 도달할 것처럼 보이는 논의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런 것을 절차적 정의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지 못한 것을 차별이라고도 하는 거지요. 차별을 당하면 억울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절차적 정의는 독단적 정의에 대한, 다수의 지배력에 대해 개인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그러면서 제가 더 고통스러웠던 부분은 그러한 여러분의 명확한 정의, 그러한 정의의 당파성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어겼으며, 친구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어겼던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저와 다른 의견을 가졌더라도 여러분의 그런 생각이 어떤 선의에서 출발했는지 끝없이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래 자신의 아픈 경험 때문에 안고 가고 싶었던 거겠지. 비록 이사람의 논의 방식이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은 지키고 싶은 소중한 가치가 있어서 이겠지. 그게 없는 나로서는 그게 참 부럽기도 하네. 오랜 기간 신념을 위해 보여준 행동이 그런 신뢰를 만들었겠지. 마을이 아름다웠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그 가치를 지키고 싶은 것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여러분들은 그 당파성의 정의가 생기면서 왜 반대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그토록 불편함을 느껴가면서도 반대의견을 내는지 고려해보려하지 않고 조용히 무시/ 침묵해 버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게 참 고통스러웠습니다. 옳은 정의에 대한 신념과 그 결과의 방향에 대한 조용한 집념 때문에 그 신념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실현되어야 하는지 무시해 버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은근함이 스스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게 한다는 것이 위험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것을 당파성이라 부르고 절차적 정의는 그런 독단성으로부터 소수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안전판인 것입니다.

 

다시 선의로 여러분들의 의도를 이해하더라도. 야구에 있어서 보상판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볼인데 스트라익이라 말해 손해를 본 타자에게 미안한 나머지 다음번에는 보상으로 스트라익을 볼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보상을 해 주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보상 판정은 결국은 절차상의 하자로 인해서 혼란을 낳고 결국은 모두의 불만만 낳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그 사건을 정정하거나 반성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사안에 그 책임을 부여해서는 안되지요. 왜 스트라익 존을 임의로 정해버리는 것입니까? 그 사건에 충실하지 않았을 때 b에게-그건 오히려 똑같이 a에게 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질 위협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게 여러분들이 선의/정의로 외면하고 있는 정의롭지 못한 중대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간 개인적으로 겪은 깊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빈집에 대한 저의 고마움은 오랫동안 저를 함부로 행동하지 않게 했습니다. 긴 글을 힘들여 적게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여러분의 침묵으로 퉁치기로 했습니다. 이제 미안함도 부채감도 저에게는 없습니다.

 

3줄 요약

 

1. 회의체는 소극적인 침묵과 정보 누락을 통해 한 입장의 핵심을 조용히 거세했다.

2. 이는 절차적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3. 실수는 일어날 수 있고 고치면 된다.


-ㅇㅈ-



????

2015.09.30 16:11:51

진지하게 읽다가 3줄에서 뿜었다

!!!

2015.09.30 18:37:42

전 안 뿜었는데

손놈

2015.09.30 18:36:16

3줄요약 고맙습니다. 그래도 다시한번 잘 읽어봐야 겠네요

ㅇㅇ

2015.10.21 21:05:42

저도 읽으면서 어렵거나 뿜을일은 없었어요.. 공감가고 이런발언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몇몇군데 있었어요.
개인이 잘못을 하고 어떤 개인은 다시보고싶지 않다말할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공동체는 개인의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일년여간 막연히 어떤 답이든 기다렸을 A는 충분히 답답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불행중 다행으로 A가 일대 다자의 상황이 벌어진 답답하고 절망적이었을 수 있는 상태에서 다시 자살시도를 하지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A가 혹여라도 빈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면 돌아올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라면 다시 오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A에게 빈집의 일원으로서 공동체 일원으로서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고 공동체가 공식적으로도 A에게 사과할 부분을 정한다면 전달해야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아직 문제에 대한 정리가 끝나지 않고 A는 관계를 맺고 지내던 이들과 불편할 것 같아 계속 어떻게 되가는지 마음이 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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